어릴때부터 기계를 좋아했다. 레고도 그냥 레고가 아니라 각종 센서와 엑츄에이터들을 결합하여 직접 상황을 인식하고 코딩하고 움직이기까지하는 그런 레고 말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관심이 자연스레 차로 가게되었다. 자차가 없기에 쏘카나 그린카같은 단기 렌트 플랫폼에만 가져다 바친돈은 족히 몇백은 될것 같다. 나에게 자동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운송수단이 아닌 일종의 머신(?) 개념이였다. 한 3년쯤 그렇게 지냈을까. 일도 열심히 다니고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며 자차에 눈을 들이게 되었다.
내 생애 첫차 Genesis G70
사실 당시 나이가 23살에 불과했기에 외제차는 무리가 있었지만,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 차로는 만족이 안됐기에 고성능 세단인 G70이나 스팅어로 적당히 타협을 봤고 역시 후회하지는 않았다.

22년도 3월에 출고하고 매번 고급유와 주기적으로 손세차 + 왁스 광택 해주면서 병적으로 관리해줬다. 사진보면 알겠지만 그냥 거울이다. 3년내내 거의 저상태로 유지했다. 여담이지만, 잘해주는 만큼 와인딩이나 고속으로 쏠때는 가혹하게 몰아주기도 했다,,
슬슬 차도 질릴때쯤 기변병이 오고 있었으나 현실과 나름 타협하던중 3번의 크고 작은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꼴로 이슈가 생겼다.
첫번째는 블랙아이스낀 교차로에서 바퀴가 잠겨 그대로 오토바이를 받았다(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진 인사사고라 경찰도 개입했는데, 과속이나 신호위반도 아니고 블박상 시속 20이여서 경찰아저씨도 별말씀안하심..바퀴잠기니 할 수 있는게 없더라).
그리고 두번째는 주차 해두었는데 다른차가 차를 뺴다가 운전석 휀더부터 앞 범퍼까지 그대로 밀어버려서 반파가 됐다. 블루핸즈 출고하고 일주일도 안되서 다시 입고했을때 상담사분도 이미 출고된 차가 입고됐다고 혼선이 생긴줄 알고 전화도 왔었다ㅋㅋㅋ
세번째는 2번연속의 수리이후 어질어질 하던찰나에 올림픽대로에서 차가 림프모드에 걸려서 풀악셀 쳐도 50km/h 이상 나가질 않았다. 외장은 그렇다 쳐도 이제 동력계통까지 문제가 생기니 그냥 팔아버렸다. (* 보증수리되었으나 시간도 없고 정도 떨어져서 팔음. 차후에 판매시에도 별도의 감가 없었음)
두번째 차가 될뻔한 F80 M3
자기전엔 항상 자동차 수리하는 유투브 채널이나, 자동차 리뷰를 보고 잔다. 퇴근하고 집에 올라가기전에도 목장갑을 낀채로 괜히 엔진룸을 열고 이것저것 만져본다. 그만큼 차를 좋아하고 이젠 꿈에 그리던 M3로 눈이 가게되었다. 원래 E92 M3 자연흡기 8기통의 맛을 보고 싶었는데, 실내를 보니 너무 구식이더라(내부 따지면서 차 좋아한다고 하면 안되긴 하는데...), 조수석님의 반대로 F바디 M3를 들일려고 엔카로 매물을 찾아보던 도중 "엔카믿고" 라는 서비스가 있더라. 3일동안 타보고 맘에 안들면 환불하는 시스템인데 니즈에 딱 맞았다.
바빠서 중고차 단지 돌아다닐 여유는 없는데, 원하는 곳으로 배송도 해준다카더라. 그리하여 내 사무실로 배송을 받았다.


진짜 신세계였다. 여태 내가 탔던 차는 그냥 애들 장난 이였다. 400마력 후반대의 힘으로 바닥에 뿌리는 토크와 DCT 미션의 조화는 정말 엑셀링을 할때마다 웃음이 나오게 했다. 엄청난 강성의 하체, 광폭 타이어 크기에서 나오는 쫀쫀한 그립은 차를 맘대로 잡아돌려도 자세를 결코 잃는법이 없었다. 특히, 고 알피엠에서의 배기 사운드는 정말 예술이였다. 6천 알피엠 정도 꽂아 놓고 터널 같은곳에서 고속으로 달릴때나 신호에 멈추려 다운시프트를 칠때 뿜어져 나오는 모든 주파수의 영역대가 내 귀를 적셨다. 몰론 냉간시동시 동네 전체가 울려서 부모님께 등짝을 맞을뻔한적도 있다. 새벽에 뽀짝뽀짝 이것저것 하고 싶은데 주변에 피해가 갈까봐 시동을 못걸 정도였으니, 진짜 소리 하나 만큼은 컸다.
그래도 정신차리고 할건 해야지.. 중고차인 만큼 검수를 받아보았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누유, 누수 파티였다. 처음에 발견된 라디에이터 누수는 열이 많은 고성능 엔진 특성상 소모품으로 생각했는데, 문제는 터보차저 누유 였다. 대충 견적 받아보니 천만원 넘는데 차를 받자마자 이만큼 돈을 들이는건 사실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차주가 8번은 바뀐걸로 아는데, 다 뭔짓거리를 했는지 알수도 없는 심산이였다.
결국 환불을 결정하게 된다.
진짜 두번째 차 G20 M340i
이후론 그냥 맘편히 신차 뽑기로 했다. G바디 M3는 여러 후기도 찾아보고 리뷰도 찾아보니(유투브 영상중 한글로 된거는 다봐서 영어로된거 까지 찾아봄) 너무 패밀리카 같은 놈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차가가 1억 4천 정도 하는데 이거 사는순간 완전 카푸어 되는게 자명했다.
그래서 적당히 M340i로 뽑았다. 실키식스 엔진이란 명성에 걸맞게 6기통 B58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까지 섞여서 제로백 4.6초대를 보여준다. 그리고 연비가 사기다. 고속도로에선 18km/l 까지 나온다는데 나는 아직 이렇게 까지는 못뽑아봤다. 거기다가 저공해 차량이라 주차장 50% 할인까지 된다(보통 재미와 돈은 비례하는데 이거 완전 책임없는 쾌락이자나..?)
성격이 급한지라 즉시 출고 되는 놈으로 뽑았는데, 다행히 흰색(BMW는 흰색이지)에 모카 시트가 재고가 있어서 바로 계약하고 출고했다.

인수 받은 다음날 부산찍고 왔고, 길들이기 까지 끝냈다. 끝내고 디퍼 오일+ 엔진오일도 갈았다. 디퍼 오일은 무교환이라는데 개소리 인것 같다. 빼보니 아주 시커먼 철가루들이 가득했다.

M3로 내 도파민 회로가 망가진 이상 차가 너무 조용해서 현재는 BMW 퍼포먼스 배기를 예약해 두었다. 독일에서 오는데 3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장착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